On Life

[그레이트 뷰티]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진심에 대하여

The Great Beauty

그레이트 뷰티 La grande bellezza (2013)

스러져 가는 것들의 눈부신 권태를 이야기하기에 로마라는 장소만큼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요? 아마도 그리스 정도?. 스물 여섯 살부터 최상류층 인사로 편입돼 예순 중반이 되어 뒤늦게 “위대한 아름다움”을 고민한다는 이 허세대마왕 주인공 할배를 따라다니면서 영화는 낭만과 작위 사이, 혹은 관조와 무책임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합니다.

가질 것 다 가지고 해 볼 것 다 해 본 – 혹은 더 해 볼 것이 남았다고 해도 그걸 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 – 양반이, 말하자면 순수하고도 근원적이고도 다시 재현할 수 없는 “첫사랑의 그 무엇”을 찾으려 고민한다는 설정은 우리가 쉽게 공감하기 힘든 허세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지나쳐버린 그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갈망은 어쩌면 정말로, 이제 더 바랄 게 없다는 순간에만 찾아올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새벽녘 숙취로 꽉 찬 베란다에 영원처럼 사뿐히 앉은 홍학 무리처럼, 가장 위대한 아름다움은 우리의 결핍을 “해소”가 아니라 “확인”시켜 줄 뿐이지요.

영원 같던 첫 키스는 그렇게 지나가버렸고 시간은 찰나처럼 우리 앞에 내려앉아 멈추어 썩고 내버려집니다. 망각의 밑바닥은 쉽게 조작되고 신성화되어 탐욕스런 추기경의 혓바닥만큼이나 쉽게 거짓말을 늘어놓을 것이고요. 천 년 된 돌무더기가 현재를 견인하는 로마라는 도시에서 “이제 서로를 쓰다듬고 보듬어 주는 것 말고는 남은 게 없는” 노인들이 늘어놓는 목마른 미로 속에서, 관객은 시간이 남겨놓은 잔상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재차 의심해 보게 됩니다. “예순이란 나이는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지 않는 나이”란 말 속에 어쩌면 (뒤늦게야 알게 되는)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진심이 들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S. 게다가 엔딩크레딧 끝까지 시선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로마의 아름다움이란. 이 도시야말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영원을 갈망하는 주인공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