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Life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을 자유,” 제주 한 달 살아보기

Living a Month in Jeju, Korea

엘리가 제주도를 “내 집”으로 여기는 데 며칠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내 집 앞”이 된 금능 해변을 우리는 매일같이 산책했습니다. 그날도 우린 일상처럼 금능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편한 차림이었고 편한 마음이었고, 말하자면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을” 그런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던 우리 앞에서 그 날 저녁, 마침내 바람이 숨을 죽였습니다. 해 떨어지던 시각에 맞춰 파도도 가만 가만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점점 붉게 물드는 바닷속으로 한 발 두 발 들어가 보았습니다. 파도가 무섭다던 엘리도 홀로 통통통, 물 위에서 발을 굴러 봅니다. 그리고는 빠알간 볼을 들어 그보다 더 빨간 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그림같은 저녁 노을 아래서 우린 물 위를 걸었습니다.

Living a Month in Jeju, Korea

“엘리야, 우리 이제 갈까?

“내일 또 오자 아빠!”

“그으래~ 또 오자.”

‘내일은 다른 곳에 가 볼까’란 대답 대신, ‘내일 또 오자’라는 대답을 할 수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 날도, “또 올 수 있어서” 즐거운 여행. 다시 오면 그만이어서 더 품위 있는(?) 여행. 제주도가 됐든 어디가 됐든, 그렇게 여유 있는 여행이 주는 행복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지난 10월의 그 한 달을 제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이유입니다.

Living a Month in Jeju,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