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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출판사 시작: 출판사 등록, EIN 발급, 발행자번호 받기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전자책 셀프 퍼블리싱 관련 강좌를 들었습니다. 전자책 시장은 생각 이상으로 접근이 편리했고 그 절차도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았어요. 늘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문제는 ‘진입 장벽’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제게, 전자책에 관한 한 정말로 문제는 진입 장벽이 아니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노력과 의지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준 강좌였습니다.

한 사람이 전자책 시장에서 책을 내기까지는 크게 다음과 같은 순서를 ‘클리어’ 해야 합니다.

  1. 출판사 등록
  2. EIN 발급받기 (애플 ibooks에 등록할 경우)
  3. 발행자 번호 받기 (ISBN 발급시 필요)
  4. 사업자 등록 (국내에서 ‘유료’로 책을 판매하려는 경우)
  5. epub 형태의 전자책 콘텐츠 업로드/등록

출판사 등록 후 신고번호가 나오자마자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현재 직장인이라면 콘텐츠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여기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저는 하긴 했지만요><;;). 직장에 다니면서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지만, 사업자 등록이 되어있을 경우 실업급여 수령 대상이 되질 않는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업급여의 소중함은 그거 타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출판사 등록

출판사 등록은 매우 쉽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더 쉽습니다. 너무 간단해서 ‘이게 다야?’ 싶을 정도로 쉬워요. 준비해야 할 것은 출판사 이름1과 출판사의 위치, 그리고 등록 인지세(지역에 따라 다른 듯 하지만 인천의 경우 27,000원)가 전부입니다. 1인 출판사라면 대개 내 집 주소가 출판사 위치가 됩니다. 내 명의의 집이라면 신분증만 준비하면 되고, 세 들어 살고 있다면 임대차 계약서를 준비합니다(부모님 소유 집에 함께 산다면 주민등록등본). 이들을 챙겨서 해당 주소지 관할 구청의 문화체육과(또는 그 비스무리한 이름의 담당 부서)로 가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해 접수하면 됩니다. 그리고 며칠 후 빳빳한 종이에 인쇄된 출판사 신고 확인증과 고지서를 수령해 등록 인지세를 입금하면, 그게 답니다. 끝.

EIN 발급받기

경험자들은 1인 출판사 첫 출발의 가장 큰 고비로 이 EIN(Employer Identification Number) 받기를 꼽습니다. 무려 “미 국세청 콜센터로 국제 전화를 해서 영어로 통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EIN은 아이북스 및 아이튠즈에 콘텐츠 프로바이더로 등록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국경과 유통의 제약이 없는 전자책의 가장 큰 장점을 무시하고) 국내에서만 책을 낼 거라면 굳이 발급해야 할 이유는 없긴 합니다. 하지만 해 놓아서 나쁠 건 또 없죠. 요즘같은 시대에. 아이북스에 올린 내 책이 로또 1등 확률을 뚫고 헐리우드 대박 영화화가 될 지 또 어떻게 알겠습니까(…)

출판사 등록, EIN 발급 - SS-4 서식

EIN 발급에 관한 설명은 미 연방 국세청 홈페이지에 영문으로 자세히 나와있습니다2. 해당 페이지 중간쯤에 있는 “Form SS-4” 링크를 클릭해 PDF 파일을 다운받아 위 샘플과 같이 필요한 부분3을 채워 +1-267-941-1099로 전화를 겁니다4. (7a 란에는 직함이 아닌 풀네임을 쓰는게 맞다고 합니다. 각주 3번 참조). 그 이하 제가 경험한 통화 순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자동응답) 해외에서 EIN 발급을 원하면 1번을 누르시오: 1번 누르고 기다림
– 그녀: 안녕.
– 나: 안녕. 나 EIN 발급받고 싶어요.
– 그녀: 근데 잡음이 심해. 헤드셋 쓰고 하면 안될까?
– 나: (이름 물어보겠지 싶어 멍때리고 있다가 예상 못한 말이 나와 잠시 당황;;) 어? 어? 어어. 알았어 스카이프라 잡음이 심한가? 이제 좀 나아?
– 그녀: 들을만 해. 이름?
– 나: 제임스 본드야. 줄라이(J)-알파(a)-마이크(m)-에코(e)-시에라(s) 브라보(B)-오메가(o)-노벰버(n)-델타(d).5 근데 잠깐. 이거 일일이 스펠 말하느니 나 SS-4 폼 다 써 놨는데 이거 팩스로 보내면 안될까?
– 그녀: 응 그래. 그럼 XXX-XXX-XXXX로 보내. 기다릴게. 준비되면 말 걸어.
– 나: 그래. 지금 바로 보낼게.
– 나: 다 보냈어.
– 그녀: 응 받았어. 근데 확인하기 위해 하나하나 다시 물어볼게.
– 나: (그럴거면 굳이 팩스 왜 보내라 그랬니 ㅠㅠ)

이후 부터는 기입한 부분 위주로 묻고 답하고의 반복입니다. 다른 부분보단 주소 부분(4a)이 약간 tricky 한데, 한국 주소를 영문으로 하면 철자가 굉장히 길어져서 여길 스페이스 포함 35자 이내로 줄여줘야 했습니다. 너무 모자라면 ‘구’ 부분을 아랫줄(4b)에다 넣어도 됩니다. 그 외 다른 부분은 어려울 것 없고, (모두 그런진 모르겠지만) 상담원도 참을성 있고 차분하게 잘 응대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부분을 확인하고 나면 바로 98번으로 시작되는 EIN을 불러주고, 폼에 적어둔 팩스 번호로 몇 주 후에 증서도 보내준다고 합니다6.
14/5/22 업데이트: 여러 블로그에서 본 바로는 증서가 팩스로 온다고 했는데, 저의 경우 약 한 달이 지난 후에 우편으로 왔네요. 발신지는 “무려” IRS(미연방국세청).

발행자번호 받기

출판사 신고 확인증이 나오면 일단은 누구나 어엿한 출판사 사장님입니다 책이 언제 나올지 몰라 그렇지. 차후에 나올 전자책도 ISBN을 갖추면 좋으므로 미리미리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 회원 가입 후 발행자번호를 신청해 둡니다. 온라인 신청시 출판사 신고 확인증 사본(이미지 업로드)이 필요하고 대략적인 향후 출판 계획(나만의 상상으로 채워 넣어도 무방)을 기입해야 합니다. 신청 후 1~2일이면 번호가 발급됩니다.

여기까지 하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으므로 책을 팔지는 못하지만 무료로 뿌릴 수는 있는!) 정말 뭔가 큰 걸음을 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뭔가 빨리 쓰고 싶고, 기획하고 싶고, 궁극적으로 내다 팔고 싶어지지요, 막. 틈틈이 썼던 글들도 다시 읽어보고 그리고 좌절하고 모아보고 찢어 버리고 하게 되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저는 HB 라는 출판사의 창업자가 되었습니다.*


  1. 우리나라에 출판사 이름은 몇 만 개나 있습니다. 머리 싸메고 멋진 이름 정하려 애 쓰기 전에 출판사 인쇄사 검색 서비스(http://61.104.76.20)에서 이미 등록되지 않은 이름인지부터 확인한 뒤, 외우기 쉽고 영문으로도 쉽고 불러주기도 쉬운 것으로 정하면 됩니다. 
  2. 요약하자면 SSN이 있는 미국 국적자라면 온라인으로도 가능한데 그게 아니라면 SS-4라는 서식을 작성해야 하고, 이는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도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전화로 하는게 가장 빠르다는 것입니다.(’16/8/30 업데이트: “외국 거주자라도 법인이 미국에 있으면 전화상으로 EIN발급은 안된다고 확인받았습니다제일 빠른 방법은 그래도 FAX이고, 10일 이내 발급된다고 하더군요” 라고 여경호 님께서 제보 주셨습니다.) “공무원 타임”의 끝판을 보여주는 선진국 아이들의 습성 상 우편이나 팩스로 보낸 뒤 몇 주가 지난 후에야 “~가 부족하니 다시 보내라”는 대답을 듣고 망연자실하기 싫으면 전화 통화가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3. 당분간 미국 내에서 추가 고용 계획이 없는, EIN 발급 신청이 거절당한 바 없는, 1인 출판사의 작성 예시입니다. (16/8/ 30 업데이트: 7a 란에는 저는 직함을 적었고 딱히 상담원도 뭐라 하지 않았었는데, IRS의 정확한 규정은 사람 이름이 풀네임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이번에도 여경호 님께서 제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4. 약 10분 이상 소요되는 국제전화이므로 스카이프 등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참고로 콜센터 업무 시간은 미 동부시 기준 오전 6시~오후 11시 까지(한국 시간으론 오후 7시~다음날 낮 12시)입니다. 
  5. 대화 예시와 같이 철자를 불러줄 때 활용할 구문 통화표(Phonetic Alphabet)를 준비해 두면 편리합니다. 물론 꼭 표대로 부를 필요도 없고, 상담원도 알고 나도 아는 쉬운 영단어를 활용하면 충분하다 “Sierra” 대신 “Sex”라 하든가. “foxtrot” 대신 “f**k”이라 해서 FBI 출동시켜 보든가
  6. 일반 팩스로 “국제 팩스”를 보내고 받는 것보다는 인터넷 팩스 활용을 추천합니다. 저는 엔팩스를 이용했습니다(2014년 4월 현재 가입시 수신번호 5개월 무료 이용 행사 중이라 몇 주 후 도착할 EIN 확인서를 받기까지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제 팩스 발신(미국 70원)을 위해 가입 후 1,000원을 충전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