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Life

[言の葉の庭] 나는 더 머물 게요. 그대 붙잡아 주신다면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さし曇り
雨も降らぬか
君を留めむ

천둥이 작게 우르릉거리니
저 구름 찔러 비 떨어지면
그대 더 머무를 수 있으련만.
– 萬葉集 2513번, 증가

鳴る神の
少し響みて
降らずとも
吾は留まらむ
妹し留めば

천둥이 작게 우르릉거리니
저 비 내리지 않더라도
나는 더 머물 게요. 그대 붙잡아 주신다면.
– 萬葉集 2514번, 답가

소심하지만 반듯한, 혹은 섬세하지만 머뭇거리는 열 다섯, 스물 일곱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언어의 정원>. 한여름 소나기가 주는 그 찰나의 청량감을 그대로 담은 영상도, 두 주인공이 주고 받는 예쁜 사랑가도, 50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의 영화에 비해 매우 길고도 깊은 꼬리를 남기는 영화였습니다. 또한 영화가 끝나면 어지간한 사람은 ‘만엽집萬葉集’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겠죠. 일본 최고(最古)의 고대가요집인 ‘만엽집’에 있는 남녀의 사랑가를 읽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머릿속엔 이토록 풋풋한 에피소드가 떠올랐나 봅니다. 같은 노래를 두고 다른 이는 ‘원나잇’을 한 남녀의 송가로도 보는데 말이죠.

그나저나 만약 한글 제목을 “말의 잎사귀의 뜰(言の葉の庭)”이라 직역에 가깝게 두었다면, 저처럼 ‘왜’ 언어의 정원이어야 했는지 궁금증을 안게 되는 사람은 조금 줄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영화의 모티프가 된 만엽집과도 훨씬 가까이 가 닿을 테고.. “언어의 정원”은… 충분히 고상하긴 해도 사랑과 동경을 담은 두 마음 사이에서 맘껏 산란하지는 못하는 제목이라 생각해요. 괜시리 ‘프루스트’ 같달까..

만엽집의 해당 노래들의 원전과 내용을 찾아보다 두 개의 유익한 글을 발견했고, 거기서 원문해석을 참고해 나름의 각색을 거쳐 그 예쁜 사랑가를 여기 남겨 둡니다. 이제 6월. 그리고 7월. 늦었지만 때 맞춰 만난 영화가 또 한 여름을 나게 해 주겠다 싶어 어찌나 반가웠는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