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Life

페블타임 Pebble Time, 드디어 도착

현 시점 궁극의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가 소개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은 지금에야, 지난 2월 킥스타터 kickstarter를 통해 후원한 스마트워치인 페블타임 Pebble Time을 수령했습니다.

Pebble Time Unpacked

여담 – 기다림과 익숙해져야 할 킥스타터 후원기

킥스타터에서 페블타임이 펀딩을 시작했단 소식을 들은 게 지난 2월 말이었습니다. 워낙 흥미로운 기기들, 아이디어들, 컨셉제품들이 자주 등장하는 킥스타터는 늘 재미나게 구경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프로젝트를 후원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죠. 그만큼 페블이란 브랜드의 웨어러블 기기로서의 가치에 어느정도 기대를 했단 뜻이었습니다. 하긴 쌤숭에서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세 번 봐도 애매~한 손목에 얹는 쇳덩어리들을 선보이고 있을 때부터, 이 작지만 스마트하고, 또 톡톡 튀는 스타트업 기업은 오리지널 ‘페블 Pebble’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적어도 ‘웨어러블 기기가 어떤 것인지’는 확실히 알고 있는 듯 보였으니까요.

그래서 100달러 대의 가격에, 컬러 e-ink로 해상도와 ‘새끈함’은 포기하는 대신 약 일주일의 넉넉한 배터리 타임을  확보한 ‘페블타임’이 ‘페블’의 후속작으로 펀딩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저없이 Go!를 외쳤습니다. 그리고는 2월 27일에 흰 색 페블타임 한 개를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만인 3월 말에 제 신용카드에서 실제로 해당 금액(한국으로의 배송 포함 $189)이 결제되었고, 이후 약 3개월간 1~2주에 한 번 꼴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 받았습니다.

방수 테스트를 하고, 베젤 디자인을 정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애플에 앱을 등록하고(쪼잔하기 그지없는 애플은, 자사의 애플워치 출시를 앞두고 무려 두 달 가량 페블의 새 앱 등록을 별 이유 없이 지연시켰습니다… ㅡㅡ;) 하는 등등의 메일을 읽으며 배송을 기다렸고, 드디어 6월 중순부터 배송 시작 공지를 받았습니다. 제 시계는 6월 23일날 쉽핑이 됐다는 통지가 온 후 약 열흘만에 제 손에 도착했습니다. 딱 기다림에 지쳐갈 만한 시간이었는데요, 재작년-작년에 걸쳐 제작된 첫 제품인 ‘페블’은 킥스타터 펀딩 후 배송까지 딱 일 년이 걸렸다 하니 이 정도는 뭐(…)

패키지 개봉

이번 페블타임의 패키지도 (사진으로 본) 전작 페블과 비슷합니다. 재생용지(?) 비스무리한 재질의 날씬한 직사각형 패키지를 뜯으면, 간단한 설명서와 보증서, 그리고 페블타임과 USB 충전 케이블이 들어있습니다.

Pebble Time Unpacked

외관

검정, 흰색, 빨강의 세 가지 색상 중 흰색을 선택했습니다. 기존에 여름철 캐주얼 옷차림에 즐겨 차던 흰색 시계 대체용으로 생각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실리콘 재질과 전체적인 디자인, ‘레티나’에 비하면 그저 투박하게만 보이는 디스플레이를 감안하면 어차피 페블타임을 포멀한 차림새에 곁들이기는 힘들 거란 생각이었습니다. 실물을 본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행여 페블타임 구매를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발랄한 옷차림’을 염두에 두고 색상을 고르세요. 검은 색 고른다고 수트 입은 손목에 차고 막 그러면 안 됩니다. 나름 얼리어댑터라는 자부심에 빠져 ‘내가 이거 차면 사람들이 우와~ 하겠지?’ 하고 생각지 마시고요(…) 애플워치가 정확하게 짚어낸 대로, 이 시대의 손목시계는 패션아이템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잘 차려입은 옷차림에 어울릴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워치 – 그것도 ‘애플워치 스포트에디션’ 말고 67.9만원부터 시작하는 ‘애플워치’ 말예요 – 밖에 없습니다. 페블타임요? 반바지에 반팔 티, 혹은 신나는 여행길, 수영장(30m 방수), 트레이닝복, 화이트 팬츠와 시원한 마린 룩 정돕니다. 물론 진정한 패셔니스타는 그 외에도 훨씬 다양하고도 멋진 매칭을 해 주시겠지만요.

Pebble Time Unpacked
Pebble Time Unpacked

충전과 배터리 시간

딱히 설명서를 볼 필요 없을만큼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USB케이블과 (자성이 있어 갖다대면 찰칵 하고 붙는) 뒷면 단자를 통해 충전을 합니다. 첫 개봉 상태에서 70%정도 충전이 돼 있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완충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앱 깔고 하루 차고 다녔습니다. 전원을 켠 게 오후 2시였고 오후 11시 현재 배터리 상태는 54%네요. 이것저것 눌러보고 워치 페이스도 막 바꿔본 걸 감안하면 배터리 소모는 정말 적은 편입니다. 일상적인 사용에서 일주일, 좀 헤비한 유저라도 3-4일은 걱정 없을 것 같아요. (배터리 관련 업데이트1) 애플워치 대비 가장 큰 장점 – 그리고 배터리기술에 혁신이 오지 않는 한 몇 년간 애플이 뒤집기 힘들 페블만의 장점 – 이 이 부분입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순 있어요. 애플워치를 옷 딱 차려입고 출근할 때 손목에 차서, 볼 일 보고 집에 들어와 화장대(혹은 침대 곁에) 위에 고이 풀어놓는 ‘액세서리’라 보면 ‘딱 하루 가는 배터리’가 크게 아쉽진 않을 겁니다. 반면 페블타임은 손에 차고 그냥 잊어버려도 되는, 액세서리라기보단 진정한 의미에서의 웨어러블 기기죠. 그렇게 생각한다면 페블타임의 배터리는 이 정도가 ‘장점’이라기보단 ‘필수’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팔고자 하는 기기의 포지셔닝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기도 하겠죠.

Pebble Time Unpacked

설치와 사용

전원을 켜면 제일 먼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연결을 해야 합니다. 디스플레이에서 앱부터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앱스토어에서 페블 타임 앱을 내려받고 실행을 하면 시계를 갖고 있느냐 물어봅니다. 그렇다고 답하면 거의 자동으로 기기를 잡아 냅니다. 어려울 것도,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그리고 언제까지일지도 알 수 없음…) 페블 타임은 한글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전작 페블의 경우 몇몇 대단하고 고마우신 긱 분들이 한글 폰트 패키지를 배포해 주셨어요. 현재 페블 타임에도 쓸 수 있는 언어팩이 있긴 합니다만, 아직까지는 안드로이드 기기를 통해서만 업데이트 가능합니다. 네이티브로 지원이 되면 물론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기대하긴 힘들 것 같아요. 한국 유저가 몇 명 없으니 말이죠.

Pebble Time Unpacked

그렇게 앱도 깔고, 예쁜 워치페이스도 몇 개 깔고나니, 이제 좀 차고다닐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참고로 제가 (아마도 당분간은) 쓸 워치페이스는 날짜와 시간, 배터리 잔량과 현재온도가 깨나 엣지있게 표현되는 ‘Slides of Time’입니다. Enigma 페이스를 변형한 버전이라 하네요. 뭐, 꼭 ‘이미테이션 게임’ 영화때문은 아니고요(…)

살펴보고 싶은 것들

Up24 by Jawbone으로 시작해, 이제 두 번째 웨어러블 기기이자 생애 첫 스마트워치를 써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아직까지도 ‘스마트’한 시계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은 갖고 있습니다. 예쁜 시계는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지만 말이죠. 그래서 기존에 쓰던 시계와 비슷한 스마트워치로 가볍게 한 번 써 보고 싶었습니다. 주머니나 가방 안에 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될 지(이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피트니스 트래커로서 조본 같은 걸 대체 가능할 지(이건 충분한 것 같아요), 그 외에 “스마트한 널 내 손목에 매달고 다닐 이유”가 무엇일지, 좀 쓰면서 알아보고 싶어요.2


  1. 와치페이스 외에 기타 설정은 거의 건들지 않고 일주일 정도 사용해 보니 배터리는 생각보다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하루 채 20여개 알림도 안 오는 편인데도 이틀 정도에 완충 -> 20%까지 가더군요. 더 문제는, 저전력 M7 칩이 없는 아이폰5에서 페블 앱이 지속적으로 GPS를 쓴다는 점입니다. 아이폰의 배터리도 급속도로 닳는단 얘기죠. 그래서 저는 날씨 업데이트에 필요한 위치정보는 페블 앱과 시계에서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설정에서 ‘모션반응디스플레이 off, 밤10시~오전10시까지 방해금지시간 설정’을 해 두고, 배터리 사용 경과를 한번 지켜볼 생각입니다. –> 추가 업데이트: 이상의 설정으로는 배터리가 훨~씬 오래 갑니다. 꽉 찬 나흘을 지나고도 36%정도 남네요. 
  2. 알아보면 뭐 하긋노. 결국 애플워치나 사 묵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