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Life

이것도 다 십 년 전 청춘이 시킨 일이다

BCJ Garden, Paju, Korea10여 년 전 생물학적으로 자신을 ‘청춘’이라 부를 수 있었던 그때 다녀왔던 벽초지 수목원을 다시 찾았다. 지금 내 몸엔 청춘임을 입증할 수 있는 그 무엇도 남아있질 않지만, 탁탁탁탁탁! 사진 초점도 맞추기 전에 저만치 로켓처럼 튀어 가버린 저 ‘청춘 입문자’의 뒤에 남은 낙엽 가루가 그간 내가 덖은 세월에 뽀얗게 ‘물광’을 내 주고도 남을 만큼 신선하다.

“엘리야! 잠깐만! 다시 와 봐봐. 여기 여기 여기!” 해 봤자임을 잘 안다. 사진 따위. 인증 따위.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멈춰 세울 수 없는 녀석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그 십 년간 내게 일어난 모든 게 다 청춘 따위가 시킨 일임을 새삼 실감한다. “아직도 얼른 나가보라고,” “지금이라도 줄을 풀라고” 여전히 등 떠미는 청춘이 내 뒤에 있음도 절감한다.

그 청춘이 시킨 일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분간도, 그럴 것이다.

BCJ Garden, Paju, Korea

청춘이 시킨 일이다  /  김경미

낯선 읍내를 찾아간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시외버스가 시키는 일이다

철물점의 싸리 빗자루가 사고 싶다 고무 호스도 사서
꼭 물벼락을 뿜어 주고픈 자가 있다
리어카 위 가득 쌓인 붉은 육고기들의 피가 흘러
옆집 화원의 장미꽃을 피운다 그렇게
서로를 만들고 짓는 것도 청춘이 시켰다
손목부터 어깨까지 시계를 찼던 그때
하늘에 일 년 내내 뜯어 먹고도 남을 달력이 가득했던 그때
모든 게 푸성귀 색깔이었던 그때

구름을 뜯어먹으며 스물세 살이 가고
구름 아래 속만 매웠던 스물다섯 살도 가라고 청춘이 시켰다
기차가 시켰다 서른한 살도 청춘이 보내버리고
서른세 살도 보내버리니 다 청춘이 시킨 짓이었다

어느덧 옷마다 모조리 불 꺼진 양품점 진열장 앞
마네킹들이 물끄러미 바깥의 감정들을 구경한다
다투고 다방 앞 계단에 쪼그려 앉은 감정,
기차를 끌고 지나가는 감정, 한쪽 눈과 발목을 잃은 감정,
공중전화 수화기로 목을 감는 감정,
그 전화 끊기며 내 청춘이 끝났다는 것도 청춘의 짓이다

아직도 얼른 나가보라고 지금도 청춘이 시킨다
지금이라도 줄을 풀라고
기차와 시외버스와 밤과 공중전화가 시킨다 여전히 청춘을 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