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Life

[소년이 온다] 가만히, 우리의 밤을 불러 본다

”느이 작은형이 알겄다고, 일단 들어가게만 해달라고 언성을 높일 적에 내가 말을 막았다이.
그 아그가 기회를 봐서 제 발로 나올라는 것이여…… 분명히 나한테 약속을 했단게.
사방이 너무 캄캄해서 내가 그렇게 말을 했다이. 금방이라도 어둠속에서 군인들이 나타날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이. 이라다가 남은 아들까장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이.
그렇게 너를 영영 잃어버렸다이.
내 손으로 느이 작은형 팔을 끌고, 내 발로 돌아서서 집으로 갔다이. 모두 다 죽어버린 것맨이로 캄캄한 거리를, 사십분을 둘이 울면서 걸어 돌아갔다이.
인자 나는 암것도 알 수 없어야. 겁이 나서 얼굴이 파랗게 굳어 있던 시민군들, 어리디어리던 그 자석들도 죽었으까이. 그리 허망하게 죽을 것을, 왜 끝까장 나를 안 들여보내줬으까이”

소년이 온다 | 한강 저

지하철에서 좀 등신같아 보일까봐 눈물을 계속 삼키다가, 내릴 때 되어 일어섰더니 그것들이 다 코로 나온다. 에이 씨. 더 등신 같잖아. 에이 씨. 안타까워서, 부끄러워서, 미안해서, 가 아니라 그렇게도 등신 같았던 나와 우리의 시간들 때문에 계속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