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의견을 전하는 메신저이자 사람들을 깨어있게 하고 자유롭게 하며 즐거움을 주는 한편, 독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책의 다른말은 곧 희망이지요.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책을 두려워했고, 책을 억압함으로써 사람들을 통제하고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그 옛날 책과 지식인들을 불태워버렸던 진시황에서부터 수많은 책에 금서의 낙인을 찍었던 지난날 한국의 독재자들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사례는 지역과 시대를 불문하고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구든지 책에 있는 생각, 혹은 그 생각을 내놓은 작가에게 반론을 펼칠 수 있습니다. 책이 부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을 수도 있고, 책에 담긴 주장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의 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반론의 형태가 꼭 ‘금지’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주장들이 자유롭게 피어날 때만이 그 사회는 더욱 건강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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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M Library: Banned Books Week 2018 (CC BY-NC-ND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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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는 도서관에 꽂혀 있을 이유가 없는 책도 분명 있습니다. 객관적 사실이 아닌 내용이 들어있는 책, 당대에는 사실이었지만 이제 더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담겨있는 책, 더 나아가 이러한 사실이 아닌 내용이 독자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책이 그러합니다. 오래된 과학도서는 가능한 최신의 내용을 담은 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름이나 영토의 경계가 바뀐 나라, 새로 탄생하거나 사라져버린 나라도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한때 각광받았지만 이후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판명된 건강 관련 지식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성차별적인 대사나 행동, 폭력(체벌)이나 따돌림 등 21세기에 맞지 않는 편견이나 행동을 담은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집 서가나 도서관 목록으로부터 제외할 때, 그것이 ‘검열’에 따른 것인지 잘못되거나 유해한 정보 때문인지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가정, 혹은 학교나 도서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참고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들을 한번 꼽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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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없애려 하는가

가장 먼저 이 책을 서가에서 빼내려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책에 담긴 좋지 못한 표현이 어린 친구들의 마음에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 책이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관점과는 다른 시각을 담고 있기 때문인가요?

생각의 공백이 생기지는 않을까

첫 번째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이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럴때는 지금 서가에서 빼내고자 하는 책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책을 제외한다면, 남아있거나 이 책 대신 채워넣을 다른 책에서 그와 비슷하거나 더 최신의 내용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사라질 책에 담겨있는 생각만큼 독자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구멍’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누가 불평을 제기했는가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해당되는 책을 제외하자는 제안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아동용 도서로는 부적절한 폭력 묘사가 담겨있다는 지적을 했나요? 혹은 너무 오래된 내용이라 더는 유용한 책이 될 수 없다는 출판사의 의견이 있었나요? 그저 정치적인 이유로 이 책이 옳지 못하다는 지적은 한 사람은 없었나요?

반대의 근거가 명확한가

더욱 구체적으로 그 책을 제외하고자 하는 핵심 이유가 무엇인지도 살펴 보아야 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을 생각해 볼 때, 책이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 그 책을 보게 되는 수많은 독자들에게 끼치는 해악이 매우 분명해야 할 것입니다.

충분한 논의를 거쳤는가

어떤 책이 그저 서가에서 ‘사라져버리는’ 것과 적절한 절차를 거쳐 양심에 따라 제외하기로 결정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그 과정에 누가 참여했는지도 중요합니다. 필자의 도서관에서는 지역사회로부터의 민원이 있어야만 도서 제외 절차를 시작할 수 있고, 이를 시민들이 포함된 운영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다룬 뒤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 모든 과정을 참관하거나 해당 기록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 이후의 세상은

학생들은 언제나 호기심이 넘칩니다. 언제나 질문을 던지며, 어른들이 거기에 대한 답을 갖고 있기를 바라죠. 어떤 책이 도서관에서 사라져야 하는 이유를 이들에게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문제에 대해 충분히 토론을 해 보아야 한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책이 제외되어도 마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른 책은 되고 이 책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이 책을 더는 볼 수 없을 때, 남아있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 모두는 이 책이 없을 때 더 행복하거나, 더 불행할 수 있을까요? 결국 그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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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이나 라부아Alaina Lavoie가 니콜 클렛Nicole Klett의 기고문을 2021년 5월 20일 diversebooks.org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생략과 첨삭, 윤문을 거친 글입니다. 영문 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ow To Talk with Students about Banned Books”
카테고리: 책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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