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Life

글 쓰는 AI는 기특하지만 바둑 두는 AI는 무섭다

며칠 전 인공지능 이론의 선구자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가 세상을 떠나자 WIRED는 기사작성 로봇인 Wordsmith에게 부고기사 작성을 의뢰했다. 번역 알고리즘을 AI라고 할 순 없지만 그 기획만으로도 민스키 박사에게 바치는 가장 훌륭한 방식의 송사였다. 박사의 (간접적) 후손인 워드스미스는 – 비록 먼 미래의 경쟁자(?)인 글렌 리프킨Glenn Rifkin 뉴욕타임스 기자의 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 퍽이나 멋진 부고기사를 선보였다.

그리고 목요일, 구글의 머신러닝 시스템 알파고AlphaGo는 유럽 바둑대회 3회 우승 경력의 프로기사와 대결해 다섯 번 모두 이겼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전에 알파고는 현존 최고의 바둑프로그램들과 500국을 대결해 499승을 거뒀다.

사람은 이미 체스, 슈팅게임, 재퍼디 등에서 AI에게 졌다. 하지만 ‘우주 전체 원자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 흔히 인생이 담겼다고들 말하는 그 바둑에서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수를 꺾는다면, 그건 정말 새로운 차원의 얘기가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꽤나 섬뜩할 것 같다.

오는 3월 알파고 앞을 막아설 인간계 바둑 최고수는 이세돌 9단이다. 음.. 이세돌이 4승 1패쯤을 거두고 “옆동네 구리 9단이나 이기고 나한테 비벼볼래? 걘 내 라이벌이야” 하고 예의 그 ‘센돌 스타일’로 시크하게 한 마디 해 주기를 기대한다.